4월 16일부터 5월 10일까지 시민의눈으로 가입하고 활동하면서 느낀 소회를 적어보고자 한다.

난 투표를 할 줄은 알았는데 그 부정에 대해 의심할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그도 그럴만 한 것이 1998년부터 재임하신 김대중대통령의 국민의 정부에서 10대 후반기를 보냈고 그 후로도 한동안은 꽤 깨끗한 정권 아래서 살았기 때문이다.

첫 투표는 2002년 최악의 투표율을 자랑하던 선거(월드컵)였는데 뭐 당시 사람들은 별로 관심도 없었으니까. 그 정도로 그 시절이 좋았구나 싶기도 하네.

내 두 번째 투표는 자랑스러운 노무현대통령을 당선시킨 16대 대통령선거였다. 난 그냥 보통의 평범한 노무현 지지자였고 그 분의 솔직함과 확실한 표현이 좋았다. 그 분의 임기동안 난 왜 검사들이나 다른 정치인들 심지어 민주당까지 노무현을 싫어하고 트집을 잡고 뭐라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탄핵반대 집회에 나가고 서툴지만 구호도 외치고 피켓도 들고 했다. 그렇게 그 분은 임기를 마쳤지만 그 수 많은 사람들이 왜 노무현에게 그렇게 태클을 걸었나. 그것을 이해하게 되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흘렀다.

김대중 5년 노무현 5년. 10년 동안 난 부정선거라는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마땅히 선거는 가장 공정해야 하는 것이고 당연히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거참. 평소에 당연한건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그랬다. 그렇게 생각했다.

이명박이 대통령이 될 땐... 솔직히 나도 정말 투표하기 싫을정도로 못했던 느낌이라 어쩔 수 없구나 했는데 내가 지지하지 않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나니 욕은 해도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다. 솔직히 그 인간이 민주주의의 근간에까지 손을 대리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시던날 꽤 충격을 받았다. 사실 지금도 마음속에서는 그 분이 그렇게 떠나셨을까 하는 의심이 있다. 쉽게 단언할 수 없지만...

그리고 2012년 나라는 엉망이라고 생각했을때 문재인이란 사람이 나타났다. 나같은 사람은 잘 몰랐다. 그냥 큰 상황만 볼 줄 아는 꼬맹이였다. 뭐 지금도 그렇지만...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 참여정부시절 민정수석이었던 사람. 탄핵때 변호하시던 분. 지지했다. 난 반새누리니까. 독재자의 딸 박근혜를 지지하는건 내게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작년 총선에서 국민의당으로 인해 호남이 녹색으로 칠해지는 것을 보면서 나는 이것이 지역주의라고 느꼈다. 총선 다음날 더불어민주당에 가입했다.

내가 하고 있는 정치적 행동(난 이것을 관찰적 지지자시점이라 말하고 싶다)은 정치적으로 과연 얼마나 역할을 하고 있는가 라는 자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어디서부터 뭘 해야하는지는 알 수 없었고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냥 당원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통장에서 돈은 나가고 별다른 일 없이 권리당원이 됐다.

더민주 대통령 후보 경선이 시작됐다. 낯선 풍경. 같은편끼리도 저렇게 총질을 하는구나. 관찰적 지지자 입장에서는 생경한 상황. 울고 웃고 분노하고... 그런데 완전국민경선이란다. 이런게 당원이야? 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지지하는 후보가 인정하니 그래 괜찮아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대선후보가 됐다.

본격적인 대선행보가 시작됐다. 그러던 중에 나는 우연히 더플랜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게 됐다. 그리고 지난 대선의 이상한 선거라는 것을 인지하게됐다. 그리고 바로 시민의 눈이라는 단체에 가입했다. 그게 4월 16일이다. ㅠㅠ

나는 모르는게 너무 많은데 정읍지역 총무를 맡아달라는 접주님의 말에 고사했는데 결국은 할사람이 없어 하게됐고 본이아니게 전북지역 총무까지 겸임하게 되면서 내가생각했던것보다 시민단체 활동이라는 것이 체계적인것은 아니라는것을 알게됐다. 그리고 이래저래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는 말도 많고 탈도 많다는것을 새삼 알게 됐다.

5월 2일 거소투표 참관
5월 3일 접주님과 만남
5월 4일 사전투표 오전참관
5월 5일 사전투표 오후참관 후 투표함 지킴이
5월 6일 ~ 5월 9일 새벽까지 투표함 지킴이
5월 9일 5시부터 5월 10일 3시까지 개표참관

그리 길지 않은기간동안 지역의 활동가분들을 만날 수 있었고 이런사람들이 시민단체 활동도 하고 세월호 추모도 하고 촛불시위도 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잘 알지도 못하는데 내가 어떻하지? 난 못할거야. 라고 생각했다.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있을거야. 난 따라가기만 하면 될거야.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냥 말로만 잘난척 떠들고 있었던건 아닐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무지 자주 쓰는 말.
모른다는걸 안다는 것은 꽤 많은걸 안다는 의미이다.
모르기때문에 알려고 할 것이고 배울것이고 느낄것이다.
그렇게 이번에 참 많이 배웠고 느꼈고 알게됐다.
이번 선거와 시민의눈 활동은 나에게 있어 관찰적 지지자 시점에서 행동형 지지자 시점으로 바뀌게 되는 계기가 아닌가 싶다.

이렇게 깊이 대통령을 사랑해 본 적은 처음인것 같다.
이렇게 많이 뿌듯해본적도 참 오랜만인것 같다.
이런게 정치구나 싶다.
이런게 삶인가보다.

Posted by 햄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