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핀 벌집 아이스크림의 진실

 

참 오랜만이다. 내가 이런 포스팅을 또 하게 될 줄이야 2011 4월 매일유업과 포르말린 사료 파문에 관련된 포스팅을 하고 나서 먹거리에 대한 포스팅은 한 3년 만인가보다.

 

채널A(동아일보 종편채널)에서 방송하고 있는 이영돈의 먹거리 X파일, 개인적으로 필자가 매우 싫어하는 방송이다. 시청률이 그렇게 높은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이 프로그램은 시청률보단 방송 후에 화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방송이 끝나면 그 내용을 나름대로 해석하고 분석해서 블로그나 각종 언론, 또는 매체들에서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정보들에 의해서 파급력이 더해지게 되는 것이다. 이는 정보의 확산을 이용한 영악한 방송 스타일이다. 논란이 될만한 정보를 방송하고 그 방송에 대한 2, 3차 정보의 확대 재생산과 확산으로 정보의 파급력을 극대화 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생각엔 해당 프로그램은 정보를 공개하는 양에 차이를 둠으로써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있다 라고 믿게 만드는 스타일의 편집기법을 취하는 듯 하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마실리에 위치한 길동이네 농장에서 갓 짠 따끈한 우유를 자체 개발한 공정을 거쳐 근처 동네 사람들에게 배달하고 있다. 또한 동네 사람들은 그 우유를 정말 좋아한다. 길동이네가 개발한 자체 처리법은 간단하게 집에서도 할 수 있는 것으로 살균된 병에 담은 신선한 우유를 전자레인지에 15초 데우는 것이다. 길동이네는 이 공정 방법을 소비자들과 공유하고 있으며 소비자가 원하는 경우에는 이 공정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정보를 먹거리 X파일 스타일로 편집하게 되면


마실리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지역 우유가 있습니다. A씨 농장에서 생산되는 이 지역우유는 따끈하고 신선한 우유, 믿고 마실 수 있는 정직한 우유로도 참 유명한데요. 알고 보니 사실 이 우유는 전자파가 가득한 전자레인지로 데우는 공정을 거쳤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것은 믿고 마셨던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동이죠.

 

위의 두 예문에서 차이점을 느낄 수 있겠는가?


아래 예문에 사실이 아닌 내용은 없지만 정확하게 공개되어야 할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일부분에서는 약간의 과장 또한 보인다.(전자파가 가득한) 결국 먹거리X파일 스타일로 적은 정보를 접한 사람은 길동이네 농장에서 자체 개발한 공정이고 그 이점이나 개발 이유 등의 이야기는 배제되고 전자레인지에 15초간 데운다 라는 사실만이 전달되게 되는 것이다. 저 글은 대중들에게 믿음을 배반, 배신당했다 라는 이미지를 줌으로써 사실을 확대 과장하고 있는 것이기에 중립을 지켜야 하는 방송이라는 점에서는 적절하지 않은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먹거리X파일의 희생양은 벌집아이스크림이다.

그런데 필자는 여기에 더 추가하고 싶다. 정확히 이야기 하면 희생양은 양심적인 벌집아이스크림 업체와 양심적인 양봉농가들, 그리고 휘둘리는 소비자들이다.

 

해당 방송이 나오기 전 까지 과연 양봉에 관련된 사람이 아닌 사람들 중 소초라는게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됐을지 참 궁금하다. 사실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필자 또한 소초가 뭔지 몰랐다. 그래서 우선 소초가 무엇인지 밀랍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소초 독일인 양봉가 메링이 발명한 것으로 밀(밀랍)을 불에 녹여 쫀득쫀득하게 만든 것을 벌집모양 철판 롤러로 압축한 후 적당한 사이즈로 재단한 것이다. 소초는 벌집의 기초가 되는 것으로 벌들이 밀납을 만들 때 당분을 많이 필요로 하게 되는데 초기 벌집의 기초(그릇의 바닥)를 세워줌으로써 기존 양봉법에 비해 벌들이 소진하는 벌꿀의 양을 줄일 수 있었다.

 

사실 소초에 대한 정보를 다양하게 많이 찾기는 쉽지 않았지만 운 좋게 업계관계자와 연락이 닿아 궁금한 부분을 알아볼 수 있었다. 소초라는 것은 양봉 시 벌집의 기초가 되는 것으로 성분은 순수밀랍 50%와 식용파라핀 50%를 배합하여 만들어진다. 소초의 재질은 플라스틱도 있지만 플라스틱이나 파라핀만으로 만든 소초의 경우에는 벌이 잘 붙지 않는다는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이 소초에 벌들이 집을 올리고 벌꿀을 모으게 되면 원심분리기를 통해 꿀을 채집하게 되는데 이때 소초의 유지력을 위해서 밀랍100%가 아니라 현재처럼 밀랍과 파라핀을 배합함으로써 유지도 잘되고 벌들도 잘 붙을 수 있는 소초를 사용하게 됐다고 한다.

 

즉 그릇을 만들 때 가장 많은 재료가 소진되는 바닥부분을 만들어줬다고 생각하면 된다. 벌들은 벌꿀을 저장하기 위해 집을 확장하고 높이를 만들어 올리게 된다. 벌을 채집하고 저장할 때마다 벽을 올리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초기 소진되어야 할 에너지를 줄이는 측면에서 충분히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때문에 각 지자체에서는 양봉산업의 육성을 위해 소초광 보급에 앞장서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다. 


광주시 농업기술센터, 양봉 소초광(꿀벌집) 3740개 보급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3080813540871908


이제 어느 정도 소초에 대한 정보가 수집된 것 같으니 소초라는 것에 대한 내용은 이 정도로 하고 이번엔 밀랍에 대해서 알아보자.

 

밀랍(Bees Wax) - 일벌의 배 아래쪽에서 분비하는 노란색 물질이다. 일벌은 이것으로 꿀을 모으고, 알을 낳아두며, 벌집을 만든다. 주성분은 멜리실알코올의 팔미트산 에스테르와 세로트산이고, 이 밖에 여러 가지 지방산 ·알코올 및 고급탄화수소 등이 함유되어 있다. 녹는점 62~63, 비중 0.961~0.973, 굴절률 1.456~1.459, 비누화값 86~93, 요오드값 8~14이다. 밀랍은 약간의 점착성이 있는 비결정성(非結晶性) 물질이다. 용도는 제과, 각종 약제와 연고의 기초제, 화장품 등에 사용된다. 이 밖에 전기의 절연제, 광택제, 방수제, 색연필, 접착제, , 화장품, 광택제(왁스) 등의 제조에도 사용되고, 마룻바닥의 도료나, 크리스마스 때 사용되는 양초의 원료로도 중요하다.

 

밀랍의 역사와 용도

- 19세기 밀랍초(황초)로 샹들리에를 만들어 사용하였고 그것으로 인해 서양 건축양식의 천장높이가 높아졌다.

- 동의보감을 통해 과거에는 밀랍을 이용하여 약재로 사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 현재에 와서는 연고, 화장품, 공업용 등 널리 이용되고 있다.

- 밀랍의 주성분으로는 고농도 지방산, 탄수화물, 그리고 미량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 밀랍으로 만든 초의 경우 일반 양초와 달리 그을음 발생이 적고 완전연소로 촛농이 흐르지 않는다.

 

밀랍은 우리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쓰이는 물질인가보다그럼 문제가 된 파라핀에 대해서도 알아볼 차례다.

 

파라핀(paraffin)CnH2n+2(n19)의 화학식으로 표현되는 알케인(알칸) 탄화수소를 두루 일컫는 낱말이다. 물에 녹지 않으나 에테르나 벤젠, 에스터(에스테르)에는 녹는다.

원유를 정제할 때 생기는, 희고 냄새가 없는 반투명한 고체. 양초, 연고, 화장품 따위를 만드는 데 쓴다. [비슷한 말] 석랍(石蠟)ㆍ파라핀납.

파라핀족 포화 탄화수소를 통틀어 이르는 말.


우연히 검색 중 2013년 고시된 식품의 기준 및 규격 일부개정고시라는 문서를 살펴보게 됐다. 이 문서의 내용에서 파라핀에 대한 내용을 발췌한 결과는 아래와 같다. 


식품의 기준 및 규격 일부개정고시 - 2013. 11. 12


11페이지 

「농약관리법」상 사용․등록된 농약에 함유된 유효성분 중 아래의 성분에 대하여는 잔류허용기준 설정을 면제한다. 

총 57항 중 56항 파라핀, 파라핀오일(Paraffin, Paraffinic oil)


식품의약품안전처


왜 파라핀과 파라핀오일은 농약잔류 허용기준 설정이 면제된 것일까? 몸에 좋고 나쁘고의 문제를 떠나 이런 점도 한 번 쯤은 생각해 볼 여지가 있지는 않을까?


(양키캔들 묻고 답하기 게시판 내용 발췌)

Q. 파라핀왁스는 독성이 있거나 인체에 해로운가요?

A. 다른 모든 종류의 왁스와 같이 파라핀 왁스 또한 전혀 해롭지 않습니다.

파라핀 왁스는 미국 식품 의약청 FDA로부터 식품, 화장품 및 의약품에 사용하도록 승인된 재료입니다. 

사람들이 매일 마시는 우유와 과일 주스의 포장재인 종이팩의 내면이 모두 식용 등급의 파라핀왁스로 코팅

되어 있으며, 상당량의 식품등급의 파라핀왁스는 우유 또는 주스에 용해되어 인체에 흡수되고 있습니다.

식품 등급의 파라핀 왁스는 인체에 흡수되어도 전혀 해롭지 않기 때문에 식품용으로 허용되고 있으며, 식품

외에도 각종 화장품 또는 의약품에도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향초 제조용으로 식품 등급의

파라핀왁스만을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며 NCA 회원사들은 향초 제조용을 파라핀왁스를 널리 사용하고

있습니다.


양키캔들 물고 답하기 페이지의 파라핀왁스 언급

http://candle.rcsoft.co.kr/main/bbs/board.php?bo_table=8_2&wr_id=8


다만 위처럼 파라핀은 정제 정도나 공정에 따라 식용으로도 쓰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영돈의 먹거리 X파일에 나온 박스 이미지를 토대로 찾아본 결과 해당 파라핀은 일본회사 제품으로 식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영돈의 먹거리X파일에 출연했던 파라핀의 정보

http://intachemical.com/int/product_info.php?products_id=159


뭐 그들이 그 파라핀이 식용이고 아니고가 중요했겠나. 그냥 양초의 원자재인 파라핀을 이용한다고 표현하면서 당신들이 이제까지 씹던 것은 양초다 라고 해야 사람들이 충격에 뒤통수 콤보로 맞은 느낌을 받고 더 강렬하게 느낄 텐데 말이다.

 

여튼 조사한 위의 세 정보에 따르면 소초와 파라핀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밀랍은 존재 자체가 자연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 여기서 드는 한가지 의문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소초를 베이스로 그 위에 꿀벌이 지은 벌집은 과연 천연인가 아닌가.

 

필자는 천연이라고 판단한다. 소초를 제외하면 벌집 자체는 벌이 만들어낸 자재이자 성분이기에 천연이라고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잠시 국어사전을 펼쳐보자.

 

천연(天然)사람의 힘을 가하지 아니한 상태.

분명 벌이 만들어낸 벌집 부분은 사람의 힘이 가해지지 않은 꿀벌만의 천연상태라고 판단해야 하지 않겠나.

 

사람은 소초라는 집의 토대를 제공했을 뿐 그 위에 지어진 구조물은 벌이 자신의 신체에서 밀랍을 생산하고 그 생산한 밀랍으로 집은 만든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벌집을 천연이라 하지 않으면 뭐라고 해야 하는가.

 

논제1) 누군가가 샘을 팠다. 거기에서 샘물이 나왔다. 그 샘물이 만들어진지 500년이 됐다. 그 샘물은 과연 천연인가 인공인가.

 

논제2) 좀처럼 보기 힘든 사이즈의 천연 다이아몬드가 채굴되었다. 이 다이아몬드의 소유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보석세공인에게 다이아몬드의 세공을 부탁하기로 했다. 이 다이아몬드는 천연인가 인공인가.

 

사실 벌집아이스크림의 주요 쟁점이 되어야 하는 부분은 벌집의 천연여부나 파라핀의 식용여부가 아니다. 하여튼 그 사람은 이런 프레임 만드는 건 정말 타고났는지도 모르겠다.


양봉업자들이 양봉 벌집꿀을 이용하는 방법

http://cafe.naver.com/kbj1016/15245


위의 링크에서는 양봉시 벌집꿀을 생산할 수 있는 3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으며 

그 중 3번째 방법인 소초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소초 제거의 부분을 언급하고 있다. 

 

벌집은 어차피 천연이다. 아무리 식용 파라핀으로 소초를 만든다 해도 대부분의 양봉 농가에서 소초는 먹는 것이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고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먹을 수 있어도 사람들이 기분 나쁠 수 있으니까 조심해야 하니까 소초는 절대 먹게끔 나가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양봉농가 사람들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가 진짜 생각해야 하는 쟁점은 벌집이 천연여부나 파라핀 사용이 아니다.

 

쟁점1) 대부분의 양봉농가들이 먹으면 안 된다고 말하는 소초가 제거되지 않은 벌집을 마치 자연벌집인것처럼 유통한 비양심적인 양봉농가는 어디의 누구인가. 만약 이런 사람이 있다면 응당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쟁점2) 더불어 도의적으로 그러한 벌집아이스크림을 판매한 업체도 자정과 공부의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방송에서 나왔다시피 소초가 뭔지도 모르는 업주 혹은 프랜차이즈 관계자도 있었으리라. 과거엔 모르는건 죄가 아니지만 지금은 모르는것도 죄가 되는 시대. 몰라서 실수한 거라도 그 실수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쟁점3) 과연 이영돈의 먹거리 X파일 팀은 소초와 밀랍을 완벽하게 구분이 가능한지, 그리고 방송에서 10개의 업체에서 소초가 나왔다고 주장하는데 진짜 소초인지 밀랍인지 확인 가능한 것인가. (필자가 알기로 성분검사 따위의 결과가 방송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양심적으로 영업하고 있는 아이스크림 업체와 양봉농가들에 대한 보호는 어떻게 할 것인지 피해가 발생했다면 그 피해는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자꾸 이딴 식으로 방송 하면서 돈 받아먹을 셈인지... 요건 개인적인 생각)


더불어 오유를 통해 입장을 표명한 스위트럭의 한 점주의 글 링크를 올린다.

스위트럭 서래마을점 점주의 항변

http://m.todayhumor.co.kr/view.php?table=bestofbest&no=161422

 

우리는 최근 세월호로 인해서 언론이 얼마나 무지한지 얼마나 검증이 되어있지 않은지 새삼스레 알게 됐고 불신하게 됐다. 그럼 방송은 어떤가? 우리는 방송도 충분히 의심하고 잘못된 것은 나무라고 바로잡을 수 있도록 비판하는 것을 멈춰서는 안 된다.

 

블로그 포스팅 3년 후 내가 이 말을 또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의심해야 한다.

제대로 알기 위해 공부하고 조사해야 한다.

헛똑똑이가 아니라 진짜 똑똑하게 살기 위해서 말이다.

 

마지막으로 벌집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스위트럭의 해명글을 볼 수 있는 페이스북 페이지 링크를 올린다.

판단은 당신의 몫이다.

 

스위트럭의 페이스북 해명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sweetruck

Posted by 햄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