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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26 장르적 정체성을 잃은 영화.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 (DMC) 6
나온지는 좀 됐지만 최근에 본 영화. 
오늘은 한 편의 영화에 대해서 포스팅 해보려 한다. 

일년, 아니 한달에도 수많은 영화가 개봉을 한다. 국내에서는 개봉되지도 못하는 외국 영화들도 많다. 그렇게 많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만큼 소재들도 다양하다. 오늘 소개하는 영화는 '데스메탈을 주제로 한 코메디 영화'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한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말하고 있는 어줍잖은 휴먼 드라마'라고 말하고 싶은 영화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 약칭 DMC이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지 않는 포스터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이하 DMC)는 알만한 사람은 아는 동명의 만화에서 시작하는 컨텐츠이다. 동명의 만화에서 인기에 힘입어 지난 2008년 영화로까지 제작된 모양이다. 애니는 OVA로 나온것 같은데 애니에서 마츠야마 켄이치의 영화 홍보 멘트가 나오는 것으로 봐서는 애니가 먼저 공개된 후 영화가 공개된 것 같다.

애니메이션판 로고..라고 해야 하나... 개인적으로 매우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 애니메이션 판 DMC

필자는 원작인 만화는 아직 보지 않았고 먼저 애니메이션으로 접한 작품이다. 전체적인 스토리를 요약하자면 스웨디쉬팝을 하고 싶지만 타의로 인해 데스메탈이라는 음악의 장르에서 활동하는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겠다. 이 리뷰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겠지만 혹시나 흥미를 가지는 사람들을 위해서 구체적인 스토리에 대한 언급이나 네타는 최소한으로 적어보도록 노력하겠다.

아직 만화책은 보지 않았으나 개인적으로 동일한 컨텐츠를 가지고 영상을 만들었기 때문에 DMC 실사 영화와 애니메이션은 어느정도의 비교를 당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를 비교한다면 애니메이션의 K.O 승리라고 생각하는게 필자의 의견이다. 

핸디캡을 줘도 애니보다 좋은 평가를 주긴 힘든 실사 영화판..

물론 실사에서 만들어내기 어려운 영상을 애니메이션에서 비교적 수월하게 구현할 수 있다는 실사 영화의 핸티캡을 생각해 준다고 해도 또 만화 원작 자체가 상당히 영상화 하기 어려운 소재들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실사와 애니의 제작상의 어려움이 있을수도 있지만 이건 영상적인 퀄리티 문제가 아니다. DMC 실사 영화는 완벽하게 DMC 팬들의 기대를 배신한 작품이다. 

초반 동영상은 그렇다 치고 인트로 동영상의 감각적인 부분은 필자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색감과 느낌이었다. 하지만 잘 만들어진 껍데기와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명성, 2009년 일본 아카데미상에서 우수 남우주연상과 우수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라는 등의 정보에 비해 영화는 정말 실망스럽기 이를데 없다. 물론 DMC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지 않았다면 이런 혹평이 조금은 덜할수도 있지만 말이다. 

DMC의 멤버 3인. 왼쪽부터 기타겸 보컬 요한 클라우드 2세, 베이스 알렉산더 쟈기 ,드럼 카뮈

영화에서 보이는 캐릭터들의 비쥬얼은 원작을 먼저 접하고 영화를 접하는 팬들에게 있어 비교적 만족스러운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클라우드와 네기시를 소화해 낸 마츠야마 켄이치의 모습은 생각보다 만족스럽다. 

DMC 멤버의 노메이크업. 왼쪽부터 네기시 소이치, 와다 마사유키, 니시다 테루미치 

스토리는 원작의 스토리에서 개그적으로 반응이 좋았던 부분들 중 실제 영화화 하는데 그나마 무리 없는 내용을 전부 담아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하지만 감독이 욕심을 너무 많이 부렸다. 개연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느 타이밍에 웃어야 할지 모르겠다. 스토리가 이어지지 않는 엉뚱한 이야기들의 나열이다. 장르를 코메디라고 하고 있지만 웃기지는 않다. 적어도 내 입장에서는 웃긴 부분이 전혀 없었다. 언뜻 듣자 하니 감독이 마지막에 감동해서 우는 관객이 있다면 그걸로 만족하겠다고 했다나? 감독 나름의 세계관이 있고 궁리가 있었겠지만 감독이란 사람의 욕심이 과했다.

No Music, No Dream. 
주인공인 네기시가 대학교 시절부터 말하던 대사. 포스터를 보고 데스레코드에 들어가는 네기시.

적어도 이 영화에서 칭찬해 줄 수 있는 부분은 각 역할을 맡고 있는 연기자들의 연기이다. 데스노트에서 L의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했다는 평을 들었던 마츠야마 켄이치. 그는 이 영화로 2009 일본 아카데미상 우수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 상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연기는 괜찮았다고 본다. 또한 내가 주목하는 배우는 마츠야마 켄이치 뿐만이 아니다. 

데스메탈에 빠져 살고있는 데스 레코드 사장 역할을 맡은 마츠유키 야스코. 그녀의 연기는 상당히 감칠맛 난다. 상당히 튀는 캐릭터임이 분명하지만 적어도 이 영화 내에서는 적절하게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마츠유키 야스코 또한 2009년 일본 아카데미상 우수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그녀는 아무래도 DMC의 애니와 만화를 가지고 본디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서 상당한 노력을 한 것으로 추측된다. 전체적으로 하드한 퀄리티의 원작에 비해 떨어지는 부분을 마츠유키 야스코가 조금이나마 메워주는 느낌이랄까..

소프트한 퀄리티로 전락할 뻔 했던 DMC에서 그나마 하드하게 활동해주는 사장

영화의 중후반까지는 영화 내용의 대부분이 원작의 에피소드들을 나열한다. 사정을 모르는 관객들은 어떻게 봤을지 모르겠지만 이미 애니로 앞뒤 상황을 알고 있는 필자도 정말 재미없었다. 감독의 의도가 웃기고 싶었다면 미안하지만 필자는 이 영화를 보면서 한번도 웃지 못했다. 

그리고 후반에 주인공인 네기시가 시골 본가로 내려오면서 초반에 DMC의 신자가 되어버린 동생을 길들이는 부분 이후부터는 급속도로 스토리의 분위기가 바뀐다. 본디 코메디를 내세운 게임이지만 후반부 부터는 역경을 극복하고 자신을 찾는 휴먼스토리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갑자기 급전개 되는 휴먼 드라마...

후반부 부분의 스토리는.. 우선 넘어가자. 만약 이 스토리가 DMC가 아니었으면 DMC로 나왔을 때보다 더 좋은 반응을 얻었을수도 있었을것이라 본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고 꿈을 좇던 주인공이 가족애 덕분에 힘을 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라는 기본적 스토리 구조는 지금도 많이 쓰이는 부분이고 감동을 던져줄 수도 있을 시놉시스다. 그런 부분을 보여주고 싶어한 감독의 마음도 알겠다. 

아무리 짙은 화장으로 얼굴을 감추고 코스플레이로 몸을 가려도 결국 부모는 알아본다 라는 부분을 어필하고 싶어한 부분이나 동생을 위해서 자신이 싫어하는 클라우드의 모습을 하고 나타나 동생이 따를 수 있는 방법으로 동생을 가르친다 라는 부분, 클라우드 복장을 하고 있어도 어머니가 해주신 가지나물을 맛있게 먹는 본성은 바뀌지 않는다 까지... 세세한 부분에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싶었던 감독의 마음은 알겠다.

어떤것 보다 맛있는 것 어머니께서 해주신 밥이다. 이건 나도 충분히 공감.

DMC를 좋아하고 재미있게 본 나지만 그중에서도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재미속에 들어있는 뼈있는 메세지 때문이다. 원작자가 정말 내가 생각하는 의도로 작품을 만들었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실제로 물어본 것도 아니고... 원작이나 애니 DMC의 스토리 진행 구조를 보면 트러블을 만드는 가상의 존재 클라우드가 있고 그를 따르는 팬들이 있고 여러가지 사건을 만들어 내는데 그 사건을 실제의 존재인 네기시가 비평하고 있다. 이 구조는 보는 사람에 따라서 여러가지 해석을 할 수 있다.

나는 원작자의 이 부분이 매우 마음에 든다. 여러방면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는 부분이 말이다.
또한 만들어지지도 않은 사건을 만들어내는 DMC의 팬 들에 대한 부분도 생각해 볼 요소가 많이 있다. 가상의 사건을 만들어 내 자신이 선망하는 존재를 영웅화 하고 그것에 반하는 사람들에게 폭력적으로 접근하는 부분은 현재 우리나라의 어떤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원작에서는 적어도 작가가 보는 사람에 따라 여러가지 해석을 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기 때문에 그 구조 위에 여러가지 코메디 센스를 입혀 기호에 맞는 사람에게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또 여러가지 생각이 많은 사람에게는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 준 작품이 됐다. 그래서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서 각각 다르겠지만 적어도 매니아층과 팬들에게는 좋은 평가를 받았고 또 받고 있다. 뭐 이런것도 DMC안에 있는 팬들처럼 없는 사실을 만들어 내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어떤 사람들은 맹목적인 연예인 따르기에 대한 풍자라고 하기도 하더군

초반 도입 부분에 한국의 포스터 마음에 들지 않는다 라고 했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이 영화는 정체성을 잃어버린 영화다. 적어도 포스터의 정체성은 확실히 잃어버린 영화다. 포스터에서는 강력한 코메디라고 어필하고 있다. 그럼 관객들은 코메디에 대한 기대심리를 가지게 될 것이다. 신나게 웃고 재미있을 수 있는 그런 영화 말이다. 하지만 실제 이 영화는 조금 난해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코메디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휴먼 드라마라는 정체를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관객들의 기대심리에 찬물을 끼얹어버렸으니 그나마 들었던 관객들의 입소문은 일파만파 퍼질 것이다. 또한 원작을 봤던 사람이라면 그 실망은 더더욱 클 것이라고 생각된다. 배우들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더욱이 이 작품이 쓰레기 라는 말을 들었다고 하니 관객이나 팬들의 기대심리가 얼마나 컷는지, 또 실망이 얼마나 컷는지 짐작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아놔 실사 DMC. 개실망...ㅡ,.-+

그렇기 때문에 더 아쉬울 수 밖에 없는것 같다. 이젠 일반적인 일이 되어버린 원소스 멀티유즈. 그리고 이 작품도 그런것인데 참 안됐다. 원작과 애니는 호평을 받는데 비해서 영화는 혹평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아니 평이라도 받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

이래저래 마구잡이로 쓰다보니 오늘도 두서없는 포스팅이 되는것 같다. 내가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잘 했나? 
아참! 장르의 정체성을 잃었다고 했지... 

이 포스팅을 보는 사람중엔 휴먼드라마와 코메디의 두가지 장르성을 다 가지고 있는 영화도 있지 않느냐 라면서 반박할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필자가 DMC가 장르적 정체성을 잃었다 라고 표현한 이유는 우리나라 영화 배급 및 홍보 업체들의 터무니없는 홍보 때문이다. 물론 DMC가 홍보 문제로만 흥행에 참패한 것은 아니고 스토리상의 문제점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홍보에서 너무 과대 포장을 했다. 우선 DMC팬들의 기대심리를 샀다. 그리고 국내에 알려진 마스야마 켄이치를 내세웠다. 마지막으로 코메디를 강조했다. 

과대 과장 광고는 소비자의 기대심리를 키운다. 그리고 그 기대심리가 만족되지 않았을 땐 그의 몇배 혹은 몇십배의 실망이 발생된다. 대표적인 예가 있지 않은가. 판의 미로 오필리아의 열쇠 같은... ㅡ,.-

홍보사가 강조한 것에 비해서 본 작품은 코메디도 아닌것이 그렇다고 휴먼드라마도 아닌 작품이 되어버렸다. 
적어도 필자에게는 말이다.
이 작품으로 한 가지를 배운다. 

과유불급 [過猶不及]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P.S : 원작을 본 입장에서 말하고 있는 지극히 주관적인 리뷰임을 밝힙니다. 
Posted by 햄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