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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9.23 벤츠파손남과 전주대 쿠폰강매를 바라보며... 1

요즘 대한민국이 점점 이상하게 굴러가고 있다. 

그 중에 근래 의견이 분분한 두 가지 사건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 사건은 광주 벤츠 골프채 파손남. 


두 번째 사건은 전주대 축제 쿠폰 강매 제보.


이 두 사건은 전혀 다른 사건 같지만 사실 행위와 결과적인 관점에서 보면 무서우리만큼 닮아있는 사건이다. 



벤츠파손남은 왜 시가 2억원가량의 벤츠를 벤츠 승용차 매장 앞에서 골프채로 부수는 행동을 한 것일까. 

알려진바에 따르면 (남도일보 기사 내용 중 일부를 발췌)


A씨가 자신의 차를 스스로 파손시킨 것은 올해 3월 출고한 6개월된 차량에서 ‘주행 중 시동 꺼짐’ 고장이 4회째 발생해 해당 매장 측에 신차 교환 및 환불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A씨에 의하면 이 차량은 출고된지 2개월인 지난 5월 처음으로 이 같은 고장이 발생, 최근까지 모두 4차례나 발생했다..

특히 A씨는 지난 9일 오후 2시 20분께 부산의 한 도로에서 차량을 주행하던 중 시동이 꺼져버리는 사고를 당했다고 밝혔다.

당시 A씨의 차량에는 임신 6개월된 부인과 5살 아들이 탑승했으나, 차량이 저속(시속 40km)으로 주행하고 있었던 탓에 교통사고로 이어지진 않았다.

남도일보 기사 바로가기


라고 한다. 

올해 3월 출고한 6개월 밖에 되지 않은 싯가 2억원의 차량이 주행중 시동꺼짐 현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면 차량의 문제를 의심해봄직 하다. 소비자로서 그에 대한 항의와 의견 표시는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었지만 그 의견과 항의가 묵살당했다는 점. 

그리고 주행중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 가족이 탑승하고 있었다는 점. 또 인터넷 상에서 들은 말로는 임신한 부인이 기절을 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고 하는데 아무리 꿈의 차라도 2억짜리라도 소중한 내 가족보다 더 대단할까... 


혹자는 벤츠남을 미친사람이다, 이해할 수 없다 라고 이야기할지 모르지만 자신에게 처한 부당함을 바로잡기 위해 저런 퍼포먼스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차주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벤츠 파손 사건은 오토블로그 라는 웹사이트 1면 첫 줄에 올라오면서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결국 결론은 벤츠남은 목적하는 바를 이뤘고 이 사건을 계기로 같은 차종의 비슷한 상황인 차주들이 있다는 사실도 알려지게 됐다.


벤츠파손남 신차로 교환 약속받아...헤럴드경제 기사 보러가기




그렇다면 두 번째 전주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익명으로 올라온 제보 이야기는 어떨까? 


이야기는 9월의 어느날 전주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제보된 익명의 메세지로 시작한다. 

전주대학교는 절친한 후배의 모교이기도 하고 또 현재 해당 대학 해당학과에 재학중인 학생을 알고 있기도 하기에 눈여겨서 볼 수 밖에 없는 사건이었다.

원본 페이지는 이미 삭제된듯 하고 원래 올라온 글이 이미지로 캡쳐되어 여기저기에 떠돌고 있다. 

그래서 화제가 됐던 원본의 글을 텍스트로 올려본다.


<글 시작>

안녕하세요

모두가 신나는 축제기간에 조금은 신나지 않은 일을 제보합니다.

처음에는 누워서 침뱉기가 아닌가, 과 명예실추를 우려해 나만 넘어가면 되지 하고 생각해서 망설였습니다. 

그런데, 이젠 왕따를 당하는 기분마저 들고 무엇이 옳은것인지조차 헷갈려 다른 학생 등의 의견을 듣고자 보내봅니다. 


저는 사범대 모 과의 2학년 학생입니다.

저희과 모두는 주막을 한다는 이유로 2만원 쿠폰 강매를 요구받았습니다. 

불과 저번 주 학년 총회의에서 "이번에는 쿠폰이나 지출은 없을것이다."라고 하고 며칠사이에 말을 바꿔 월요일까지 2만원을 내라는 통보를 일요일에 받았습니다. 

하루만에 2만원... "현금이 없는 1학년 학생들은 카드로 지금 뽑아오라."고 했습니다.

전 당연히 비합리적이라 생각해 구매를 거부하였고, 과 임원은 "그냥 돈 애라는거 아니예요. 쿠폰으로 우리 과에서서 쓸 수 있어요."라며 어이없는 궤변을 했습니다.

제 생각에 저 말은 중,고등학교 때 일진들이 껌 한 통에 천원씩 팔고 우리 삥 뜯은거 아니다 라는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전 주막에서 일하는 걸로 돼 있었는데, 오늘 제가 받은 통보는 "학생회비 안냄, 쿠폰 구매 안함을 이유로 주막에 참여하지 말고 과 주막 근처레 오지 말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대다수의 동기들이 주막에서 일을 하고 쿠폰을 사서 우리과 주막에서 축제를 즐기는데, 전 동기들을 볼 수 없겠죠.


처음에는 그 통보를 듣고 인정하고 넘어가려고 했으나, 이젠 부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일을 안하고 주막에서 돈을 내지 않고 무전취식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참고로 학생회비(15만원)을 내고 2만원 쿠폰을 사지 않은 동기도 주막참여 불가 통보를 들었다고 하네요.

학생회비를 내지 않고 과 행사에 참여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작년에 15만원보다 큰 돈을 냈음에도 술자리, 스승의 날, 주막쿠폰 등 돈을 지출할 일은 계속 생겼습니다. 

학생회비라는 것은 일년동안 있을 행사의 모든 비용을 한 번에 걷어 과를 운영하는 것이 아닌가요? 

그 학생회비 등을 내고도 전 몇 번의 자리만 참석했습니다. 그래서 올 해는 전 제가 참여하는 자리에 비용을 따로 내고 참석하겠다 학생회비는 못 낸다고 했구요. 

그때 돌아온 말은 "그럼 과 방에 출입하지 말라."였습니다. 

어이없어서 무시하고 넘겼습니다만, 어쩌면 이젠 아예 못 갈 것 같네요. 


다수가 부당한 것에 따르고 소수가 따르지 않을 때, 전 이상한 사람이 됐습니다.

직접 과 임원들에게 부당한 것에 의견을 피력해 본 적도 있습니다만, 동기들이 제 의견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생기니 학년 전체 회의를 열어 제 말에 동의했던 사람들이 누구냐며 단체로 무안을 줬습니다. 

사범대에서 배우는 학교 폭력이란 무엇일까죠? 

다수의 사람들 앞에서 권력있는 사람들이 한 사람의 이름을 거론해 "넌 틀렸고, 쟤 말에 동의하는 사람도 틀렸다."라고 했습니다.


이번에는 그냥 나만 넘어가자. 라고 생각했으나 과에서 절 아예 배척시키고 이미 불편한 사람이 돼서 글을 씁니다. 

전 지금 왕따를 당하는 기분까지 듭니다. 

제가 다수를 따르지 않는 문제있는 사람인가요? 


어떻게 보면 제가 제일 이득일 수도 있겠네요. 돈도 안내고 밤새 일도 안하니까요. 

왜 어른들의 열정페이는 비난하면서, 대학에서 축제때 일하는 추억무페이에는 다들 쉬쉬하시는지요..

전 작년 축제때 새벽까지 일을 하고 밥 한끼나, 간식 등 무엇도 제공 받은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추억 만들자고 하는 일이니 참여하자는 마음이었구요. 그런데 다른 동기들은 돈을 내고 밤새 일을 해야 되는 거네요. 


제가 누군지는 우리과 모두가 알 것입니다. 대부분의 선배들이 절 싫어하지만 오늘 이후로 전 완전히 배척되겠죠.


그래도 이전부터 그렇게 해왔다고 해서 악습을 따라가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전 대학에 와서 권력의 힘과 전형적인 갑질에 대해 제대로 배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 끝>


글을 읽어보면 학과의 부당함을 익명을 빌어 제보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절망적인 앞날도 예견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이 글과 더불어 당사자가 실명을 걸고 올린 글이 이미지로 캡쳐되어 인터넷에 돌고 있다.

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글 시작>

글쓴이입니다.

이전에 전 학년을 대상으로 주막운영에 대한 찬반투표를 했으나, 반대표가 더 많았습니다. 

그 때 이번에는 돈 내는건 없을거니까 그냥하자...로 임원들이 정해서 주막을 하게 된 것입니다. 또한 학생회비 금액은 학년별로 다릅니다. 1학년은 15만원보다 더 큰 금액을 냅니다. 


과 임원한테 다짜고짜 전화와서 자기가 진짜 잘못했다 생각해서 글 올린거냐며, 앞에서 말할 용기가 없어서 뒤에서 그런 글 올렸냐며 다그치시네요. 

짜증내는거 들어줄 생각 없습니다. 

또한 만나자고 하시는데 만날 생각 없습니다. 조리있게 글로 정리해서 대응해주세요.


그리고 저 용기있게 말하겠습니다. 저는 전주대학교 영어교육과 ㅇㅇㅇ입니다. 


학생회 분들 자꾸 제 주위 사람들 붙잡고 다그치고 저 설득하려고 하시네요.

글 내리라고 압박 그만하세요. 

동조 댓글 단 동기들한테도 압박 들어오고... 그리고 전대전 관리자한테 압박하셔도 소용 없습니다.

제 편드는 댓글 달았다고 축제 즐기고 있는 동기한테 집에 가라니요. 

시작은 전대전이었지만 계속 주위사람들 괴롭히시면 다른 곳에 더 올리겠습니다. 

저 하나로 족한 것 같습니다. 

전화도 그만하세요 핸드폰이 터질것 같아요.

<글 끝>


대부분의 웹사이트에 올라온 글 들은 이 두 건의 글이고 처음의 제보에 이어 학생회 임원이라는 사람들의 작태가 드러나는 두 번째 글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해당 대학의 해당 과에 현 실태에 실망하고 비판하는 덧글과 의견들이 달리고 있다. 

문제가 크다고 생각했는지 학교측에서는 해당 학생과의 합의를 한 것 같아보였다. 


다만 그 이후에 올라온 추가글은 전주대학교 영어교육과 학생회에서 내놓은 입장이 아닌 처음 제보를 했던 학생의 사과글이었다는게 좀 의아하다. 도대체 학생회는 뭘 하는건지... 이에 대한 입장은 아예 없는건지... 대학이 지성의 전당이라는것도 옛 말인것 같고 학생들을 가르치겠다고 대학을 들어간 친구들 꼬락서니가 이게 뭔가 싶다. 


추가된 제보자의 글은 전주대학교 대신 전한다. 페이스북 페이지 링크로 소개한다. 


글 1 

글 2

글 3


결국 제보자는 이번 제보를 통해서 학과 내에서 쿠폰 강매라는 악습을 없앨것이라는 약속과 투명하게 학과의 비용을 공개하겠다는 약속을 받았고 결론적으로 학과의 부조리를 어느정도 해소하게 됐다. 

과정이나 속내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제보녀도 학생회 측도 이번에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했으리라 생각한다.


두 가지 사건을 보면 공통점은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을 때 움직였다는 점이다. 

다수가 조용히 침묵하고 있을 때 움직이고 행동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게 된 것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내가 이것을 한다고 해서 세상이 바뀔 수 있는가... 

많은 고민이 있지만.. 


많은 병폐와 부조리, 악습과 비리가 판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수도 없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수 많은 벤츠남, 수 많은 제보녀들이 움직이면 움직일 수록 우리 사회도 지금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Posted by 햄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