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락'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5.09.14 황교익씨의 미식에 대한 글이 불편한 이유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469&aid=0000072505&viewType=pc

 

A 먹방ㆍ쿡방 유행 배경은 불행한 사회다. 다른 데서 행복을 느끼지 못하니까 음식을 먹고 요리하는 사람의 표정을 보며 쾌락을 공유하는 거다. 대리 만족인 셈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가 받아 온 스트레스는 어마어마하다. 쾌락을 끌어와야 하는데 먹는 것 만한 게 없다. 하지만 현실에선 사먹거나 해먹을 형편이 안 된다. 해서 찾는 게 먹방ㆍ쿡방, 즉 음식 포르노다. 뛰어난 모방 본능으로 인간은 음식이 아니라 먹는 사람에게서 쾌락을 얻는 거다.

 

A 적당한 단맛과 적당한 짠맛, 이 두 개의 밸런스만 맞으면 인간은 맛있다고 착각한다. 먹을 만한 거다. 싸구려 식재료로 맛낼 수 있는 방법을 외식업체들은 다 안다. 그 정도 수준의 음식을 백종원씨가 신나게 보여주고 있는 건데, 그게 통하는 건 젊은 세대가 요리를 못 배웠기 때문이다. 단순하단 점이 먹혔다. ‘만능 양념장’ 같은 건 인터넷 뒤지면 다 있다.

 

전문을 읽어보았습니다만 특히 저 두 답변 부분이 전 불편했습니다. 

현실을 황교익씨 본인이 보고 싶은대로만 보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 전 후에 적으시는 글들도 뭔가 자신의 미식의 기준에 맞지 않는 타인들을 폄하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전 맛있다 느끼는 것은

착각이 아니라 개개인의 주관적인 느낌이고 누군가 맛있다고 느꼈다면 적어도 해당 인물에게는 맛있는거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개개인의 기호와 취향을 무시하게 되는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황교익씨가 간과하고 있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 두 가지...

 

우선 첫 번째, 

젊은 세대가 요리를 못배웠기 떄문에 저런 요리방송에 열광한다고 하셨는데...

요즘의 젊은 세대는 개인적으로 혹은 취미나 흥미, 호기심으로 요리라는 창작활동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일부러 시간내서 요리를 배울 수 있을 만큼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세대가 아니었습니다. 

 

예전에는 어머니께서 김치 담그시면 옆에서 쭈그려 앉아 기다리면서 

배추 몇 포기에 고춧가루가 얼마나 들어가는지 소금으로 얼마나 절이는지 젓갈은 어떻게 들어가는지 버무리는건 어떻게 하는지

또 완성되면 간보라며 입에 넣어주시는 김치를 씹으며 배추에서 단맛이 나는지 짠지 단지 실제로 보고 맛보고 느낄 수 있었죠.

 

소풍을 가는 날이면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엄마가 김밥을 어떻게 말아주시는지 재료가 뭐가 들어가는지

밥은 어떻게 양념하는지 보고 김밥의 꽁다리를 넙죽넙죽 받아먹으며 행복한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면

 

요즘의 젊은 세대는 엄마가 김치를 담글 때 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있고 엄마가 김치찌개를 끓일 때 방에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정작 나는 배고픈데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시고 본인 스스로 끼니를 때워야 하고 

소풍이 아닌 현장학습을 가게 될땐 용돈을 받거나 근처 김밥집에서 구입한 김밥을 가지고 점심을 때우며

방과후 자연스럽게 라면을 끓여먹는다든지 아니면 돈으로 시켜먹거나 사먹거나 하던 세대란 말이죠. 

 

황교익씨의 글에 젊은 세대가 요리를 배우지 못했다는 문장 외에 의견이나 기치관을 딱히 어필하고 있지는 않지만

타의적으로 요리를 배우지 못한 현재의 젊은 세대들의 서글픈 사정을 저런식으로 단순하게 평가하고

싸구려 재료로 쉽게 맛내는 방법에 열광하는 무지한 요리 문외한으로 느껴질 수 있는 표현을 썼다는게 참 아쉽습니다. 

 

저는 오히려 지금의 요리방송들이 흥행하는 것에 대해서 다른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대표적으로 요즘 핫한 몇 가지 요리방송을 꼽자면 

 

- 냉장고를 부탁해

- 집밥 백선생

- 삼시세끼

- 요리인류 키친 

- 한식대첩

 

정도로 요약해보겠습니다. 

(식신로드라든지 찾아라 맛있는TV, 맛있는 녀석들 같은 말그대로 단순 먹방 프로그램은 제외했습니다.)

 

위 방송들을 집에서 요리를 배우지 못해 서툰 요즘 젊은 사람들이 따라해본다고 했을 때 난이도로 구분해보면

 

- 냉장고를 부탁해 - 매우 어렵기도 하고 쉽기도 함

- 집밥 백선생 - 매우 쉬움

- 삼시세끼 - 어려울 수도 있고 쉬울수도 있는데 맛의 편차가 커보이고 사실상 비현실적임

- 요리인류 키친 - 어려움

- 한식대첩 - 매우 어려움

 

결국 요리를 배우지 못한 요즘 세대들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걸음마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그 걸음마에 가장 부합하는 요리 프로그램이 바로 집밥 백선생이라 생각합니다. 

재료도 비교적 접근성이 좋은데다가 몇 가지 재료는 없더라도 대체할 수 있는 재료로 접근성이 좋은 다른 재료를 추천하기도 하고

단순히 레시피를 나열하는게 아닌 요리 라는 창의적 활동을 하기 위해 상상하는 방법부터 차곡차곡 배워갈 수 있는거죠. 

초보자의 실력 치고는 비교적 안정적인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한 몫 하고 있고요.

전 그래서 집밥 백선생이란 프로그램이 각광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도 처음에는 말을 하지 못합니다. 우리 선조들은 아이들에게 말을 가르치기 위해서 반말을 만들었습니다. 

반말의 대치어는 존대말이라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반말의 대치어는 온말입니다.

온전히 하는 말이라 하여 온말이라했고 온말이 발음이 서툰 아이들에게 어렵기 때문에 어미의 상당부분을 잘라 반말을 만든것이지요. 

먹습니다. 먹습니까. 자동차입니다. 등의 길게 끝나는 말이 먹어. 먹어요. 먹지요. 자동차다. 자동차. 등 아예 어미가 없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그럼 온말을 사용하지 않고 반말을 사용해서 쉽게 배우기 시작하는게 잘못된 것일까요? 

그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백종원씨의 방송은 단맛과 짠맛은 어떻게 사용하는지 간장은 어떤 종류가 있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 기본적인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요리의 개념에 대해 쉽게 가르쳐주기 위한 반말같은 방식인거지요.


그에 비해 냉장고를 부탁해는 중급자들에게 있어서는 따라해보고싶은 도전욕을 자극하고 눈이 즐겁기도 한 방송이라 봅니다. 

가끔 초보자들을 위한 요리가 나온다는 점도 대중에게 어필되는것 같고요. 

 

삼시세끼는 말그대로 연예인들의 유기농 라이프를 트루먼쇼처럼 감상하는 것이고 

한식대첩은 다양한 지역색의 요리와 그 분들의 실력에 감탄하고 

요리인류 키친은 따라해보기보단 뭐랄까 교양프로그램을 보고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다분히 주관적 견해입니다)

 

전 대한민국에 지금의 요리방송이 각광받고 있는 상황이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본인들이 배우지 못한 것을 이제라도 보고 배우고 즐기는 요리방송을 좋아하는 대중의 모습이 지극히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오히려 방송의 요리들을 따라하고 배우려는 그들의 창의성과 호기심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전 요리를 만화로 배웠지만 그 덕분에 음식이 식도락이 되고 식도락이 미식이 되고 그 미식이 정도를 넘었을때 

어떤 상황이 발생되는지도 어렴풋이 알 수 있었습니다. 제 실 생활에서 많이 느꼈었습니다.

(맛의 달인에서 카이바라... 그를 생각하면 전 제 아버지를 떠올립니다.)

 

저희집의 아버지께서 좀 음식에 까다로우신 편이었는데 전라도 출신의 어머니께서는 꽤 솜씨가 좋으셨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께서는 음식이 마음에 안들면 식사중 숟가락을 내려놓으시고 스스로 주방으로 들어가 라면을 끓이시는 분이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그런 아버지의 잦은 밥상 이탈에 상처를 많이 받으셨죠. 지금도 말씀하시는걸 보면... 

 

미식은 좋은 음식 혹은 그런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을 뜻합니다. 

그리고 좋다 라는 평가는 지극히 주관적이지요. 

자신이 좋다 라고 생각하지만 타인이 그렇게 판단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이 미식을 모르는것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미식은 정답이 있을수 있지만 감상에는 정답이 없으니까요. 

 

전 진짜 푸아그라가 맛있는지 사실 좀 갸우뚱하고 그렇다고 술을 넣고 찐 아귀의 간이 최고인지도 갸우뚱하며 

캐비어는 무턱대고 짜다고 느끼고 송로버섯은 먹어보지도 못했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미식을 모르는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식생활을 즐기는 식재료의 범주가 타인과 다른것이지요. 

단적인 예로는 보통 일반적으로 꺼리는 생선 비린내를 누군가는 정말 좋아할 수도 있죠... 

 

황교익씨 발언에 따르면 요식업에 있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정도의 요리스킬을 방송에서 뽐내고 있는 백종원씨는 

 재미있게도 다양한 식재료와 행토색에 대한 견문이 있지 않으면 쉽게 하기 어려운 한식대첩의 심사위원을 하고있죠. 

 

본인이 맛 칼럼니스트라고 칭한다면 단순히 미식에 대해서 누군가의 미식에 대한 감상을 평가하려고 할게 아니라 

누군가의 주관적 감상에 대해서 고민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식이 독단과 독선으로 변한다면 주변에 상쳐를 주는 것을 실제로 정말 많이 느꼈거든요. 

맛있게 즐겁게 맛보고 행복한 시간을 나눌 수 있었다면 전 그게 미식이고 식도락이라 생각합니다. 

 

요리 열심히 해봅시다. 

재미있고 즐거워요. 바로바로 뭔가를 집어넣을 때마다 조금씩 바뀌는 요리의 맛... 

피드백을 줘도 반응이 없고 변하지 않는 현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어서 요리는 

내가 뭔가를 하면 바로바로 바뀌고 반응해주는 사회에 대한 대리만족이자 스트레스 해소용 사이다같은 존재가 아닐까요?

맛있는 음식은 덤이고요...

 

뭔가 열심히 쓰기는 했는데 왠지 뒤로 갈수록 두서가 없어지는 느낌입니다. 

그래도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은 어느 개인을 비난하는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 


Posted by 햄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