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사대강 사업에 반대한다.
사실 그다지 관심은 없었지만 우리 동네 농업용 수로의 현 상태를 보고 있으면 사대강 사업이 진행된 미래의 축소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나의 시골집은 신태인.
정확한 행정구역 상 명칭은 전라북도 정읍시 신태인 양괴리 괴동
괴동의 과거 지명은 푸근한 느낌의 유득골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어르신들은 행정구역 명칭이 아니라 예전 명칭으로 동네를 부르시곤 한다.

이 수로의 이름은 수리주압이다. 귀로만 듣고 말해온것이기에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다.
수리주압에서 어릴적 여름엔 물놀이도 하고 물고기를 잡고 겨울엔 썰매도 타고 얼음 위에서 놀던 기억이 있다.
물론 어르신들이 말씀하시는 새우도 잡고 가재도 잡던 맑은 물은 아니었지만 수로 바닥엔 고운 모래가 깔려있고 동네를 굽이굽이 돌다보니 오염이 됐어도 어느정도의 자정작용은 이루어지고 있는 그런 수로였다.

하지만 어느날부터인가 이 수로에 대대적인 공사가 시작됐다.
정확하진 않지만 거의 10년 정도 전인것 같다.
바닥의 고운 모래를 시멘트로 매몰해버리고 대각선으로 처리되어 있던 수로의 가장자리를 수직으로 처리하면서 위쪽에 난간을 만든 것이다.
물론 수로의 가장자리와 다리에 난간을 만든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했지만 바닥을 시멘트로 덮어버리고 슈로의 가장자릴 90도 각도로 처리하는 공사를 진행한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공사로 인해서 마을사람들은 더이상 고운 수리주압 모래에 서식하던 재첩이나 말조개, 다슬기를 비롯해 모래무치, 빠가사리, 메기 등 물고기들도 먹을 수 없게 됐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물의 흐름에 의해 상류에서 흙이나 모래들이 떠밀려왔다. 바닥 매몰공사는 왜 했나 싶다. 하지만 예전만큼 깊은 모래가 아니어서 그런지 지정작용은 미미하다.
수리주압은 농수로이기 때문에 논에 물을 대야 하는 봄과 여름엔 물이 많이 흐르지만 추수가 시작되는 가을뷰터 겨울엔 물이 거의 흐르지 않는다.
그리고 물이 흐르지 않는 지금 수리주압의 물은 썩는다.
모래거 깔려있고 수초가 살던 10년 전보다 오염의 정도가 심해서 더이상 아무도 수로에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

작은 수로이기 때문에 그런것이고 사대강은 큰 규모이기 때문에 괜찮을 것이란 기대는 하지 마라.
물론 내가 사대강 사업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많고 잘못파악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연을 건드리는 일은 신중하고 조심해야 한다는게 내 생각이다.
대한민국에는 내가 모르는 제2, 제3위 수리주압이 있을지도 모른다.
다시는 그런 막무가내식 공사가 이루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10년 전. 우리 동네에서는 수리주압의 바닥 공사만이라도 하지 않기를 바라며 반대했었다.
하지만 공사는 진행됐고 10년 후 수로는 이렇게 됐다.
더 이상 방학때 서울에서 깍쟁이들이 놀러왔을 때 물고기나 조개를 잡을 수 있는 수로는 없다.
혐오스럽고 더러운 물이 흐르는 농사를 짓기 위한 수로가 있을 뿐이다.
대한민국의 사대 강의 미래는 그러지 않기를 바라며 포스팅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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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햄냥